집을 팔았는데 잔금은 아직 못 받았고, 소유권은 이미 넘어갔다. 대신 판 사람이 그 집에 근저당을 잡아둔다. 이게 요즘 등기부등본에서 심심찮게 보이는 ‘근저당 설정 매매‘, 이른바 매도인 금융이다. 최근 대통령 부부의 분당 아파트 29억 원 매각에서 매도가의 61%인 17억7,000만 원을 매도인이 근저당으로 설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게 되는 거였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합법이다. 다만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거래는 아니고, 서로를 믿지 못하면 성립 자체가 어렵다. 왜 이런 거래가 생겼는지, 구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디서 사고가 나는지 순서대로 정리한다.

근저당 설정 매매란 — 매도인이 은행 역할을 하는 거래
근저당 설정 매매란 매수인이 잔금을 다 치르기 전에 소유권을 먼저 넘겨받고, 매도인이 못 받은 잔금만큼을 그 집에 근저당권으로 설정해 두는 매매 방식이다. 쉽게 말해 은행이 해주던 담보대출을 매도인이 대신 해주는 셈이라 ‘매도인 금융(seller financing)’이라고 부른다.
통상의 매매는 잔금과 소유권 이전이 같은 날 동시에 이뤄진다. 잔금이 입금되는 걸 확인하고 등기 서류를 넘기는 게 표준이다. 근저당 설정 매매는 이 순서를 뒤집는다. 소유권이 먼저 가고 돈이 나중에 온다. 매도인 입장에서 유일한 안전장치가 근저당권이다. 매수인이 잔금을 못 내면 근저당권을 실행해 집을 경매에 넘기고 채권최고액 범위에서 돈을 회수한다.
참고로 근저당 채권최고액은 실제 채권보다 높게 잡는 게 일반적이다. 은행은 대출금의 120%, 개인 간 거래는 130% 안팎으로 설정하는 게 통용 기준인데, 연체이자와 회수 비용까지 담보 범위에 넣기 위해서다. (출처: 하우징헤럴드 「근저당설정액, 왜 120%로 정해질까」)
왜 지금 이런 거래가 나올까 — 대출규제가 만든 풍경
이 방식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대출규제가 있다. 2025년 6·27 대책으로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은 최대 6억 원까지만 나온다. 이어 10·15 대책은 고가주택을 더 조였다. 시가 15억 초과~25억 이하 주택은 한도 4억 원, 25억 원을 넘는 주택은 2억 원까지만 대출이 허용된다. (출처: 금융위원회·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대출 한도만 줄어든 게 아니라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예금금리 자체도 계속 오르는 흐름이라, 은행 대출에 기대기 어려운 조건이 겹치고 있다.
29억짜리 아파트를 산다고 해보자.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돈은 최대 2억. 나머지 27억은 현금으로 들고 있어야 한다. 이 조건을 맞출 수 있는 매수인은 많지 않다. 그래서 “지금 있는 돈만 먼저 내고, 모자란 잔금은 몇 달 뒤에 치르되 소유권은 먼저 받는” 구조가 등장한다. 은행 문이 좁아지니 매도인이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이다.
매수인이 소유권을 서둘러 받아야 할 사정이 있으면 거래가 더 빨라진다. 재건축 단지라면 사업시행자 지정 전에 등기를 마쳐야 조합원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경우가 있어서, 잔금이 준비되지 않았어도 등기부터 넘겨받으려는 수요가 생긴다. 매도인은 팔아야 할 사정이 있고 매수인은 등기가 급하고, 두 이해가 맞아떨어질 때 이 거래가 성립한다.

| 구분 | 일반 매매(동시이행) | 근저당 설정 매매(매도인 금융) |
| 잔금과 등기 | 같은 날 동시 처리 | 등기 먼저, 잔금 나중 |
| 매도인 안전장치 | 잔금 확인 후 서류 인도 | 근저당권 설정 |
| 매수인 초기 자금 | 매매가 전액 필요 | 계약금+중도금 수준으로 가능 |
| 대출규제 영향 | 한도 내에서만 거래 가능 | 규제 한도와 무관하게 성립 |
| 신뢰 요구 수준 | 낮음(제도가 보호) | 높음(사인 간 신용 거래) |
| 잔금 미지급 시 | 계약 해제로 정리 | 근저당 실행(경매)까지 가야 함 |
표에서 보이듯 핵심 차이는 위험을 누가 지느냐다. 일반 매매는 제도가 위험을 흡수하지만, 근저당 설정 매매는 매도인이 위험을 떠안고 근저당이라는 담보 하나로 버틴다. 부동산 현장에서 “매도가의 절반 넘는 근저당은 흔치 않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사고가 나는 지점 — 위험 3가지
첫 번째, 매도인의 회수 위험이다. 매수인이 잔금을 끝내 못 내면 근저당권을 실행해 경매로 가야 하는데, 경매는 시간이 걸리고 낙찰가가 시세보다 낮아질 수 있다. 채권최고액을 잡아놨어도 전액 회수가 보장되는 건 아니다.
두 번째, 후순위 위험이다. 소유권이 넘어간 순간부터 그 집은 매수인 재산이다. 매수인이 다른 채무를 지면 그 집에 추가 근저당이나 가압류가 붙을 수 있다. 매도인의 근저당이 선순위라면 방어가 되지만, 설정 순서나 금액 구조가 어긋나면 회수가 꼬인다. 등기 당일 소유권 이전과 근저당 설정을 한 건으로 묶어 처리하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
세 번째, 세금과 실거래 신고 문제다. 잔금일이 뒤로 밀리면 양도소득세 기준일, 취득세 납부, 실거래가 신고 내용이 실제 자금 흐름과 어긋나 보일 수 있다. 계약서에 잔금 일정과 근저당 말소 조건을 명확히 적어두지 않으면 나중에 소명할 일이 생긴다. 이 부분은 거래 전에 법무사나 세무사에게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정리하면 이 거래는 매도인과 매수인이 서로의 사정과 신용을 아는 사이에서나 굴러가는 구조다. 일반적인 매매에서 모르는 매수인에게 이 방식을 먼저 제안받았다면, 편의가 아니라 위험 신호로 읽는 게 맞다.
그래도 해야 한다면 — 매도인 체크리스트
- 근저당권 설정을 소유권 이전 등기와 같은 날, 같은 접수 건으로 처리했는가 (선순위 확보)
- 채권최고액을 미수 잔금의 120~130% 수준으로 잡았는가
- 계약서에 잔금 기한, 지연 이자, 기한 미준수 시 처리 방법을 명시했는가
- 매수인의 자금 조달 계획(잔금 재원)을 서면으로 확인했는가
- 잔금 완납과 동시에 근저당 말소하는 조건을 특약으로 넣었는가
- 법무사를 통해 등기 순서와 서류를 검증받았는가
여섯 개 중 하나라도 비어 있으면 거래를 멈추고 채우는 게 먼저다. 근저당 설정 매매는 서류가 곧 안전장치의 전부다.
자주 묻는 질문
근저당 설정 매매는 불법인가요?
불법이 아니다. 소유권 이전 시기와 잔금 지급 방식은 당사자가 계약으로 정할 수 있고, 매도인이 미수 잔금을 담보하려 근저당을 설정하는 것도 민법상 유효한 방식이다. 다만 합법과 안전은 별개 문제다.
대출규제를 피하는 편법 아닌가요?
은행 대출이 아니라 사인 간 신용 공여라 현행 대출규제(LTV·한도 규제)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규제를 ‘위반’한 건 아니지만 규제 취지를 우회하는 효과가 있어 논란이 되는 것이고, 제도 보완 논의가 나올 수 있는 영역이다.
매수인이 잔금을 안 내면 어떻게 되나요?
매도인은 근저당권을 실행해 담보 부동산을 경매에 부칠 수 있다. 채권최고액 범위에서 배당받아 잔금을 회수하는 구조인데, 경매 절차에 통상 수개월이 걸리고 낙찰가에 따라 일부만 회수될 수도 있다.
일반인도 이런 방식으로 집을 팔 수 있나요?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성이 낮다. 대부분의 매도인은 잔금을 받아 다음 집 자금으로 써야 해서 몇 달씩 회수를 미룰 여력이 없다. 자금 여유가 있고 매수인의 신용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권할 방식이 아니다.
채권최고액은 왜 실제 잔금보다 크게 잡나요?
연체이자와 회수 비용까지 담보 범위에 넣기 위해서다. 은행은 대출금의 120%, 개인 간에는 130% 안팎이 통용 기준이다.
마무리
근저당 설정 매매는 대출규제 시대가 만든 예외적 거래다. 합법이지만, 매도인이 은행의 위험까지 떠안는 구조라 신뢰와 서류가 받쳐주지 않으면 손대지 않는 게 맞다. 고가주택 거래가 묶여 있는 동안 이런 사례는 계속 나올 테니, 구조를 알아두면 뉴스가 다르게 읽힌다.
관련해서는 주택담보대출 한도 변화와 등기부등본 읽는 법을 다룬 후속 글에서 더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저자 박스: 부동산·생활경제 뉴스를 일반인 눈높이로 풀어 쓰는 블로거. 등기부등본과 정책 원문을 직접 확인하고 씁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실제 거래 전에는 법무사·세무사 등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