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중인 남성들 모습

부동산 정책 토론회가 남긴 과제…세금만큼 중요한 공급과 대출 문제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민심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습니다.

23일 열린 부동산 정책 토론회에는 전문가와 사업자, 언론인, 시민 등 약 140명이 참석했습니다. 3시간 넘게 이어진 토론에서 28명이 직접 발언하며 주택 공급대출 규제, 세금 문제 등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이번 토론회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공급 절벽’에 대한 우려였습니다.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토지임대부 주택 등 여러 공급 방안이 제안됐지만, 토론의 무게중심이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등 세금 문제에 쏠렸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공급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현재 정부 대책에 공공분양과 공공임대, 민간분양에 관한 내용은 있지만 민간임대주택을 어느 지역에 얼마나 공급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민간 장기임대 건설사업자를 육성할 수 있도록 제도와 금융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공유주택을 운영하는 조강태 MGRV 대표 역시 서울 청년층의 임대주택 수요를 공공주택만으로 충족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분양하지 않고 임대주택으로 계속 보유하는 사업 구조를 만들면 장기적으로 임대주택 재고를 축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금융 제도가 개선될 경우 3년 안에 2만 가구 이상 착공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전망도 제시했습니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은 민간사업자가 분양 수요와 가격이 높은 상황에서 임대사업을 선택할 유인이 있는지, 서울에 새로 주택을 지을 부지가 충분한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습니다.

결국 기업형 민간임대주택을 확대하려면 단순한 규제 완화를 넘어 사업성이 유지될 수 있는 금융·세제 구조와 부지 확보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토지는 공공이, 건물은 개인이 소유하는 방식

토지임대부 주택 확대도 대안으로 제시됐습니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공공이 토지를 소유하고 거주자는 건물만 분양받는 방식입니다. 토지 구입 비용이 빠지기 때문에 초기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장은 거주자가 납부하는 토지 임대료가 사실상 보유세와 비슷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저렴한 주택 공급과 공공의 비용 회수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시간이 지나면 거주자들이 토지까지 분양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토지임대부 주택이 제대로 정착하려면 최초 공급 가격뿐 아니라 전매, 상속, 토지 임대료 조정, 토지 분양 전환 여부 등에 관한 원칙을 처음부터 명확하게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동산 정책 토론회에서 논의된 주택 공급과 대출 규제를 상징하는 이미지

재건축을 막는 이주비 대출 규제

재개발·재건축 현장의 이주비 대출 규제도 중요한 쟁점으로 등장했습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수석은 재건축 단지가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뒤 준공되기까지 최근 8~10년이 걸린다며, 사업 기간이 과거보다 약 3년 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강남권이 아닌 외곽지역에서는 낮은 감정평가액과 LTV 규제가 겹치면서 충분한 이주비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한 참석자는 LTV가 40%로 제한될 경우 이주비 대출이 1억~2억원 정도에 불과해 서울에서 3인 이상 가족이 거주할 전셋집을 구하기 어렵다고 호소했습니다.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도 조합원들이 실제로 이주할 수 없다면 사업 속도는 빨라지기 어렵습니다.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정비사업 규제뿐 아니라 이주비와 중도금, 잔금대출까지 연결해서 살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대출 총량 규제에 막힌 실수요자들

은행의 대출 총량 관리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실수요자들의 사례도 소개되었습니다.

경기 수원의 한 아파트 입주예정자는 2년 전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분양받았지만, 은행이 대출 한도를 축소하면서 잔금대출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과거 아버지 주택의 지분 일부를 상속받았다가 처분했다는 이유로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 사례도 나왔습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전체 규정을 한꺼번에 바꾸기 어렵다면 별도의 위원회를 만들어 예외적인 사례를 심사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규정은 일관돼야 하지만, 형식적인 주택 보유 이력만으로 투기 수요와 실수요자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외 심사제도를 도입한다면 심사 기준과 처리 기간을 명확히 해 또 다른 불공정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신규 대출자에게만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공정한가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현재 대출 규제가 주로 신규 대출자에게 집중돼 있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기존 대출자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고, 지금 집을 구하려는 무주택자와 청년층이 더 강한 규제를 받는 구조가 공정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 대통령도 해당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금융위원장에게 관련 내용을 정리해보라고 주문했습니다.

다만 기존 대출자에게 새로운 규제를 소급 적용하면 가계의 상환 부담이 갑자기 커지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공정성뿐 아니라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기존 계약에 대한 신뢰까지 고려한 세밀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세금 논의에 가려진 공급 대책

이번 토론회에서는 보유세 강화 기준과 양도소득세 감면 등 세금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습니다.

이 대통령도 세금 관련 제안에는 추가 질문을 하거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공급 대책에는 “검토하겠다”거나 “참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주로 내놓았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물론 부동산 세금은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부의 불균형을 완화하는 중요한 정책 수단입니다. 그러나 세금만으로 필요한 지역에 적절한 주택을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서울 청년층의 임대 수요, 재건축 이주비 부족, 입주예정자의 잔금대출 문제는 서로 다른 사안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거주할 수 있는 주택과 자금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부동산 정책, 수요 억제에서 공급 설계로

이번 토론회는 부동산 문제가 단순히 집값이나 세율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보여줬습니다.

앞으로의 부동산 정책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장기 민간임대사업자가 안정적으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가

청년과 1~2인 가구에게 필요한 임대주택을 어디에 지을 것인가

토지임대부 주택의 장점을 살리면서 사유화 논란을 막을 수 있는가

정비사업 조합원의 이주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실거주 목적의 대출과 투자 목적의 대출을 정교하게 구분할 수 있는가

과거의 예외적인 주택 보유 이력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심사할 것인가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세금이나 대출 규제 하나로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세금과 금융, 임대주택, 정비사업, 토지 정책을 하나의 공급 체계로 연결해야 합니다.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이 단순한 ‘검토 사항’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인 공급 물량과 지역, 일정, 재원 계획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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